서론
선사시대 유적에서 출토된 토기편과 석기류 등의 유물은 당시 인류의 생활, 수렵, 어로, 채집 등의 생활양식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동물 유물은 구석기시대부터 신석기시대, 철기시대의 선·원사시대의 유적을 비롯해 역사시대의 여러유적(패총, 우물, 고분 등)에서 출토되고 있어 당시의 동물 분포상 및 동물지리학적 연구와 당시의 문화상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1-
5].
선사시대 동물 유물에 대한 보고로는 제주도 빌레동굴에서 출토된 불곰(
Ursus arctos lasiotus; brown bear)의 동물화석은 50만 년에서 1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하였는데, 불곰은 중국의 저우커우덴(周口店)에서 중기홍적세(中期洪積世)에 해당하는 Mindel II기의 지층에서 출토된 적이 있으며 아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빙하기에 많이 번식하였던 동물로 보인다[
6].
우리나라의 유적에서 출토된 동물유물로는 김해 수가리패총에서 출토된 동물유물에서 연골어강(Chondrichthyes), 골어강(Osteichthyes), 양서강(Amphibia), 포유강(Mammalia)의 동물뼈에 대한 보고가 있고[
7], 진해 용원패총의 자연유물에서는 어강(Pisces), 조강(Aves), 포유강 등에 대한 보고가 있다[
8]. 또한 백령도 말등유적의 뼈 유물에 관한 보고[
9], 제주 곽지유적에서 출토된 동물뼈 유물[
10], 제주 종달리 패총유적[
2] 및 제주 김녕리 궤내기동굴유적에서 출토된 뼈 유물에 관한 보고가 있다[
11].
저자들은 삼국시대의 유적으로 추정되는 진주시 이반성면 가산리의 우물지에서 출토된 동물뼈의 동물 종과 뼈 명칭에 대한 동정을 의뢰받아 당 시대의 주요 동물 분포상과 거주인들이 동물을 이용한 생활상을 추정해 보고자 하였다.
고찰
동물뼈 유물의 분류에 관한 보고로 제주도에서 출토된 종달리패총유적 4지구와 제주 고내리유적에서 출토된 동물 유물에서는 식육목 1종, 소목, 멧돼지, 사슴, 소 등 2목 4종의 동물을 동정하였다[
1,
13]. 제주도 종달리패총유적에서 출토된 동물유체에서는 사슴, 멧돼지, 소, 말 및 식육목 등 3목 5종이었고[
2], 곽지패총 출토 동물뼈에서 개, 고양이, 멧돼지, 소, 사슴, 말 등 3목 6종이었으며[
10], 제주 김녕리 궤내리동굴유적 동물뼈에서 사슴, 멧돼지, 소, 말 등 3목 4종을 동정하였다[
11]. 본 연구의 진주시 이반성면 가산리 우물지에서 출토된 동물뼈 유적은 양서강, 조강, 포유강 등 3강이고, 식육목, 소목, 닭목, 쥐목, 개구리목으로 5목이었으며, 멧돼지, 사슴류, 너구리, 조류, 시궁쥐, 개구리가 확인되어 6종의 동물뼈를 동정하였다. 그 중에서 멧돼지와 사슴류 및 너구리는 전신 골격이 출토되었으나 조류, 시궁쥐, 개구리의 뼈는 골격의 일부만 출토되었는데, 다른 지역에서 출토된 동물뼈 유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조류, 시궁쥐 및 개구리는 우물지에서 출토된 동물뼈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볼 때 생활속의 동물들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본 연구의 우물지에서 출토된 유물은 삼국시대인 8세기 이전의 유적으로 추정하였지만 정확한 연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출토된 동물뼈 유물은 4개의 퇴적층 중에서 최하층인 바닥층(Ⅳ)에서 토기와 목기 등의 다른 유물과 함께 출토되었고 우물의 바닥층이 60 cm 두께의 점질토에 묻혀 있었다[
14]. 출토된 동물뼈 중에서 멧돼지, 사슴류 및 너구리의 뼈는 연골을 일부 포함하여 거의 완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출토된 동물뼈가 외부와의 공기가 차단된 점질토에 묻혀 있어서 원래의 뼈 형태로 보존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뼈 유물의 부위별 뼈 점유율에 관한 보고로는 제주도 종달리패총유적에서 출토된 동물뼈는 머리뼈 조각이 2,118개(61.75%), 척추 뼈조각 214개(6.24%), 앞다리뼈 445개(12.97%), 뒷다리뼈 508개(14.81%), 앞발허리뼈와 뒷발허리뼈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 11개, 앞발가락뼈와 뒷발가락뼈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 134개였다[
1]. 제주 고내리유적에서 출토된 동물뼈 유물 1,285개 중에서 분류가 가능한 뼈조각이 515개였는데 멧돼지뼈가 247개(48%), 소뼈 180개(35%)가 주종을 이루었으며, 사슴뼈 86개(17%)와 육식동물의 뼈 2개(0.4%)가 출토되었다[
13]. 고내리유적에서 출토된 동물뼈 중에서는 머리뼈(50%)가 가장 많았고, 그 외에 몸통뼈대(5%), 앞다리뼈(22%), 뒷다리뼈(23%)가 출토되었다. 제주 김녕리 궤내기동굴유적에서는 사슴, 소, 멧돼지, 말, 고양이 및 조류의 골격이 출토되었는데, 머리뼈가 1,538개(91%)로 대부분을 차지하였고 척추와 갈비뼈 45개(2%), 앞다리뼈 52개(3%), 뒷다리뼈 71개(4%)였다[
11]. 일본 가고시마현의 무기노우라패총과 무로카와동굴에서 발견된 동물뼈에서는 머리뼈, 몸통뼈대, 앞다리뼈, 뒷다리뼈가 고르게 출토되었다[
3,
4].
출토된 유물 중에서 동물뼈 조각으로는 머리뼈가 81개(18.12%), 척추와 갈비뼈 및 복장뼈 161개(36.02%), 앞다리뼈 64개(14.32%), 뒷다리뼈 141개(31.54%)로 앞다리뼈의 수는 적었고 척추, 갈비뼈, 복장뼈(36.02%) 및 뒷다리뼈(31.54%)의 수는 많았다. 본 조사에서 출토된 동물뼈 유물은 멧돼지와 사슴류의 뼈조각이 306개(68.46%)로 전체 동물뼈 무게의 94.52%를 차지하였는데, 제주 김녕리 궤내기유적의 멧돼지(75%)와 사슴(11%)의 비율[
11] 및 제주도 종달리패총유적의 사슴(53.3%)과 멧돼지(13.7%) 골격의 점유율과 비슷하였으며[
1], 곽지패총의 사슴(36.4%)과 멧돼지(18.1%) 골격의 비율보다는 높았다[
10]. 진해 용원패총에서 출토된 육서포유동물(陸棲哺乳動物)의 유물뼈로는 사슴, 멧돼지, 노루, 수달, 너구리 등의 야생동물과 개, 소 등 가축의 유물뼈가 출토되었고, 해서포유동물(海棲哺乳動物)로는 강치, 고래, 돌고래 등이 출토되었는데, 비율로는 사슴 61.2%, 강치 18.4%, 멧돼지 12.9%의 순으로 남부 지역에서 출토된 동물뼈는 사슴과 멧돼지의 비율이 높았다[
8].
우리나라 고농서(高農書)에 나타난 가축 및 다른 동물류에 관한 보고에서 고려 이전의 고기록에 나타난 가축의 종류는 말, 소, 양(산양), 돼지, 개, 사슴, 나귀, 노루, 낙타, 토끼, 닭, 오리, 거위, 학, 꿩 15종이었으며, 그 중 사슴과 노루는 야생동물로 보았다[
15]. 고농서에 나타난 돼지의 사육연대는 적어도 2,000년 이상으로 보았고, 돼지의 사육은 삼국시대 이전인 고조선 시대로 추정하였다[
16,
17]. 한편, 국립경주박물관 부지 내 유적에서 조사된 우물에서 출토된 230여 점의 유물 중에서 멧돼지를 포함한 동물뼈가 발굴되었는데 고고학적 자료로 나타난 우물의 제의적 현상으로 식수공급을 기본 목적으로 이루어진 우물제사 행위로 사용된 것으로 보았다[
18]. 본 연구에서 6종의 동물뼈 유물 중에서 멧돼지와 사슴류 및 너구리의 뼈는 전신 골격이 출토되었고, 전체 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는데, 동물의 전신 골격이 우물지의 바닥층에서 함께 출토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당시 동물을 식용으로 이용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우물의 제의적 행위나 폐기 시에 투여하였을 가능성이 있지만 분명하지는 않다.
따라서 본 연구의 가산리 우물지에서 발굴된 동물뼈 유물의 고고학적 의미는 삼국시대의 진주 가산리 지역에서 주된 동물은 멧돼지와 사슴류로 추정되며, 당 시대의 동물상과 거주인들의 생활양식을 이해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식량자원으로 이용되었던 동물과 당시 인류의 생활양식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데 기본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진주시 이반성면 가산리 우물지 유적에서 출토된 동물뼈 유물을 육안적으로 조사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동물뼈 유물로는 포유강, 조강, 양서강으로 3강이었고, 식육목, 소목, 닭목, 쥐목, 개구리목으로 5목이었으며, 멧돼지, 사슴류, 너구리, 조류, 시궁쥐, 개구리로 6종이었다. 동물뼈 유물의 총 중량은 1,002.80 g이었고, 이들 중 동물의 종과 뼈의 명칭이 동정된 것은 975.30 g으로 동정률은 97.26%였다. 동물의 종과 뼈의 명칭이 동정된 447개의 뼈조각 중에서 멧돼지 뼈조각은 204개로 468.00 g (47.99%)이었고, 사슴류가 102개로 453.79 g (46.53%), 개구리가 68개로 4.69 g (0.48%), 너구리가 59개로 47.14 g (4.83%), 조류가 9개로 0.98 g (0.10%), 쥐가 5개로 0.70 g (0.07%)였다. 동물의 뼈조각으로는 머리뼈가 81개(18.12%), 척추 161개(36.02%), 앞다리뼈 64개(14.32%), 뒷다리뼈 141개(31.54%)로 구성되었다. 본 조사에서 발굴된 동물뼈의 고고학적 의미는 삼국시대의 진주 가산리 일대의 주된 동물은 멧돼지와 사슴류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